어린이·청소년이 당당한 마을 스카이 캐슬 vs 공릉동

안마을신문
2019-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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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 센터장



공릉동은 “스카이 캐슬”을 넘어설 수 있을까?

2018년 12월 JTBC 드라마 “스카이 캐슬”이 방영되었다. 최고의 시청률을 갱신해가며, 해를 넘겨 올해 초까지 방영되었다. “스카이 캐슬”은 무한경쟁, 신분상승의 통로로 수단화된 교육, 공정하지 않은 입시, 획일화된 성공 기준, 기득권층의 사리사욕 챙기기, 부정과 부패, 이웃의 불신과 갈등, 깨어진 공동체 등을 소재로 우리사회의 끔찍한 교육 현실을 적나라하게 투영하였다. 배우들의 개성 넘치는 훌륭한 연기까지 더 해지면서 다양한 세대의 시청자를 만족 시켰다.

우리 가족은 한 동안 TV없이 살았다. 나는 “스카이 캐슬”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따라가려고, 스마트폰으로 짧은 영상을 찾아보며 버티었다. 드라마의 힘은 강했다. 결국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푹 빠진 나는 작년 말 급히 TV를 구입하고야 말았다.

새로 산 TV에서는 학생종합평가가 불공정하다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강남 어느 고등학교에서 학생부장이 시험지를 훔쳐서 자신의 쌍둥이 자녀 학교 내신을 조작하는 부정이 저질러졌다는 소식이었다. 드라마에서 다룬 끔찍한 이야기는 우리의 끔찍한 현실과 다르지 않았다. 여름을 지나면서부터는 드라마보다 더 충격적인 이야기들이 흘러 나왔다. 나름 개혁적이라고 생각했던 법무장관 후보와 야당 대표가 자녀의 거짓 스펙을 만들고, 특혜 입학했을 수 있다는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보도는 연일 이어졌다. 한 편에서는 ‘대한민국 부모라면 누가 자유로울 수 있냐?’라고 했고, 한 편에서는 ‘국회의원과 권력자들 전부 조사하자!’라며 관련법을 발의한다고도 했다. 또다시 입시와 교육, 학교에 대한 불신이 전국을 강타했다. 결국 대통령도 교육부 장관도 더 공정한 입시가 되도록 수능시험 성적을 대학입시에 더 많이 반영하겠다고 하고 있다.

‘교육은 공정해야 한다!’, ‘입시는 공정해야 한다!’, 그렇다 공정해야 한다. 하지만 공정한 약육강식, 무한경쟁 게임이면 괜찮은가? 또 겉으로는 공정해보이지만 결국 힘 있는 누군가에게 유리한 게임 규칙이며, 자리싸움 일 뿐 아닌가?

대한민국에는 단지 하나의 교육담론이 존재하는 것 같다. 강남 대치동으로 표상되는 힘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교육담론이다. 불안과 불신, 욕망의 교육학이다. 그 불신의 담론으로 인해 학교 교육은 소수의 승자와 다수의 패배자를 만들어내는 공정한 게임장으로 전락했다. 입시를 통해 한줌도 안 되는 사람만이 승자가 되고, 승자도 패자도 행복하지 않은, 심지어는 평생을 억눌려 살고, 목숨까지 꺾어버리는 무한경쟁의 게임을 전 국민이 온 국토 곳곳에서 거듭하고 있다. “스카이 캐슬”의 교육 담론이 모든 사람의 교육적 생각과 실천을 삼켜 버린 현실이 답답하다.

이 답답한 현실에서 우리 동네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는 “스카이 캐슬”의 교육담론이 아니라 우리 동네 공릉동의 교육 담론이 필요하다. 변화는 변방에서부터 온다고 했다. 우리는 우리 마을과 학교를 불신에 가득 찬 욕망의 게임장이 아니라 신뢰의 공동체로 회복시켜 가야 한다.

어린이·청소년 누구라도 당당한 미래교육은 공릉동에서부터 온다.

시대가 급변하고 있다. 다양성의 시대라고 한다. 새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표준화’만 중요하지 않고 ‘나다움’이 중요해졌다. “지식뿐만이 아니라 삶의 힘”을 기르는 교육, 당당하고, 나다운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미래교육이 필요하다.

하지만 나를 포함해서 내 주변에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사회가 말하는 소위 일류대학을 나오지 못하면 평생을 콤플렉스에 빠져서 살아야 한다는 공포감에 휩싸여 있다. 자식에게는 나와 같은 콤플렉스를 물려주지 않기 위해서 자신 삶을 모두 저당 잡히고, 불안에 떨고 있는 주민들, 부모와 사회가 제시하는 공포에 눌려 “이번 생은 망했다”고 말하며, 자포자기하고, 무기력증에 시달리는 우리 마을 청소년들은 과연 ‘새 시대 변화에 적응하며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공릉동 꿈마을공동체는 2019년 올해 마을에서 새로운 교육담론을 만들어내는 도전을 함께했다. 청소년들의 생각과 말을 모아서 마을에 전시하기도 하고,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 앞에는 ‘나답게 살아도 괜찮아!’라는 글귀를 크게 써 붙였다. 안마을신문과 공동으로 2월 15일부터 “어린이·청소년이 당당한 마을” 캠페인을 진행했다. 23명의 마을 사람들이 함께 기고했다. 그 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우리 마을 삶 속에서 함께 둘러앉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며, 크고, 작은 실천을 했다. 청소년들이 삼삼오오, 마을의 학교와 함께, 마을카페 운영으로, 자신의 고장을 더 알아가는 마을여행으로, 마을과 연계한 진로교육으로, 독서 모임으로, 어린이축제로 공동체를 사랑하고, 나답게 살아가는 당당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거대한 자본과 미디어, 권력의 중심에서 만들어내는 이야기가 우리를 모두 삼켜 버린 것만 같았다. 하지만 우리 동네 주변을 조금만 둘러보면 다른 생각을 지닌 사람들이 있다. 사람이 사람답고, 참 마음을 지니게 되는 데에는 효율성 경쟁뿐만 아니라 신뢰의 공동체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마을의 학교에서, 도서관에서, 골목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일들을 신나게 해내고 있다. 희망은 공릉동에 있다.
끝으로 글을 함께 써주신 기고자들과 안마을신문 독자, 마을의 청소년과 이웃들에게 감사 인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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